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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 논단] AI 시대 산업 경쟁력, ‘안전’에서 출발한다

    송고일 : 2026-01-16

    ▲ 이근원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특임교수.
    ▲ 이근원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특임교수.

    [에너지신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연구와 기술 개발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데이터센터는 현대 산업의 심장이자 디지털 경제의 핵심 기반시설로 자리 잡았다.

    이제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IT 설비가 아니다. 행정, 금융, 산업, 일상 서비스를 동시에 떠받치는 국가 핵심 인프라이다.

    이러한 현실을 다시 한번 일깨운 사건이 지난해 9월 26일 발생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데이터센터 화재였다. 해당 사고로 정부 다수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고, 복구까지 장기간이 소요됐다.

    정부 민원 서비스와 119 신고 시스템 등 국가 핵심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면서 사회 전반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이 사건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데이터센터 안전은 곧 국가 재난관리 문제라는 점이다. 이미 우리는 유사한 경험을 겪은 바 있다.

    2022년 10월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등 주요 디지털 서비스가 장시간 중단되면서, 민간 데이터센터의 사고 역시 사회 인프라 수준의 피해로 직결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반복되는 해외 사고, 같은 원인

    해외에서도 데이터센터 사고는 예외가 아니다. 2021년 3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발생한 OVH Cloud 데이터센터 화재는 4개 데이터센터를 폐쇄시키고 다수 기업에 영구적인 데이터 손실을 남겼다.

    2022년 미국 Cyxtera 데이터센터에서는 배터리 폭발 사고로 인명 피해와 데이터 손실이 발생했다. 이들 국외 데이터센터의 주요한 사고 현황을 다음 표로 정리했다.

    이러한 사고 원인은 서버 자체보다 전력 설비, UPS와 리튬이온 배터리, 전기실, 냉각 시스템, 유지·보수 작업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고밀도 서버 랙(Server rack)과 고부하 전력 환경, 대형 배터리 시스템이 결합된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작은 결함이나 작업 실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사후 점검’으로는 더 이상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데이터센터 안전 관리는 여전히 준공 후 검사나 정기점검에 무게가 실려 있다. 하지만 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데이터센터 안전은 설계와 설치 단계에서 이미 대부분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입지 선정, 설계, 시공, 운영 전 과정에 걸친 사전 위험성평가(Pre risk asessment)이다. 사전 위험성 평가는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잠재적 사고 원인을 찾고 시나리오를 미리 예측하고 구조적으로 위험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안전을 강화하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오히려 안전한 데이터센터는 사고로 인한 다운타임(Down time) 비용을 줄이고, 클라우드·AI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며,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핵심 경쟁력이 된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구조적 취약점

    필자가 참여한 국내 데이터센터 위험성 평가 경험을 중심으로 얻은 교훈은 국내 데이터센터의 주요 취약점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이중화와 재해복구 체계가 티어(Tier)등급에 충분히 만족할 만큼 구축된 경우가 많지 않다. 이중화가 단순한 백업이 아니라, 실제 장애 발생 시 즉시 전환 가능한 실질적 재해복구 시스템이 필요하다.

    참고로, 티어등급은 Uptime Institute에서 테이터센터 티어 분류체계를 개발하였으며, 전 세계 대부분의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고 하고 있다.

    둘째, UPS와 리튬이온 배터리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다. 배터리 노후화, 점검·교체 작업 중 위험, 열폭주 가능성, 배터리실의 환기·구획·감지·소화 설계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셋째, 변경관리(MOC) 미흡이다. 설비 교체나 증설, 유지·보수 작업 시 충분한 위험성 평가와 모의훈련 없이 작업이 진행되는 관행은 사고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데이터센터 사고는 대부분 ‘운영 중 작업’에서 발생한다.

    넷째, 안전을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발주 구조와 의식 문제다. 건축비나 서버·네트워크 장비 등 초기 투자비 절감이 단기 성과로 평가되면, 방화구획, 화재 감지·소화 설비, 전기실 안전 설비는 후 순위로 밀리기 쉽다.

    안전과 경쟁력, 함께 갈 수 있다

    정부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디지털 서비스 안정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데이터센터 보호 지침 개선과 배터리 열폭주 대응 등 제도적 보완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사전 위험성 평가를 인허가, 설계 검토, 보험·금융, 조달·발주 체계와 연계해야 한다. 사전 위험성 평가 결과를 인허가 조건에 반영하면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더 나아가 안전 수준이 높은 데이터센터에 보험료 할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민간의 자발적인 안전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규제는 최소 기준을 제시하지만, 경쟁력은 ‘신뢰’에서 만들어진다.

    글로벌 고객이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법을 지킨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무중단 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는 안전한 데이터센터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사고 현황.
    ▲글로벌 데이터센터 사고 현황.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이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더 커지고, 더 복잡해지며,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그만큼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는 오래 지속되고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데이터센터는 구축하면 끝나는 시설이 아니다. 데이터센터의 안전은 세우기 전에 이미 결정된다.

    이제 데이터센터 안전은 사고 예방을 넘어,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 ‘가장 안전한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국가’라는 평판은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자산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방식으로는 AI 시대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데이터센터 안전의 패러다임을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적 위험 관리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그 출발점은 분명하다. 안전한 데이터센터, 그것이 곧 강한 AI 국가의 토대다.


    ◇ 이근원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특임교수는?

    (현)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특임교수

    (현) 한국가스학회 명예회장

    (현) 고용노동부 산업안전표준제정위원회 화학안전전문위원장

    (현) 한국연구실안전전문가협회 부회장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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